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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사회는 총체적 격변을 예고합니다. 물리학, 생물학, 정보통신의 융합이 가져올 4차 산업혁명의 여파로 우리 사회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합니다. 초연결성, 초 지능성, 예측 가능성으로 특징 짓는 4차 산업혁명은 사회기반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것이고 그런 변화에 맞는 인재를 필요로 합니다. 그렇다면 미래사회 속 인재가 갖추어야 할 조건들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앨빈 토플러 이후 최고의 미래학자로 평가받는 다니엘 핑크는 그의 책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미래인재의 6가지 조건을 제시합니다. 6가지 조건이란 디자인(design), 스토리(story), 조화(symphony), 공감(empathy), 유희(play), 의미(meaning)입니다.
그는 이를 위해 인류 역사를 네 단계로 구분하고, 농경시대와 농부, 산업화시대와 공장근로자, 정보화시대와 지식근로자의 단계를 지나 개념과 감성의 하이컨셉, 하이터치 시대로 진입한다고 진단합니다.
먼저 핑크가 규정한 ‘하이컨셉’과 ‘하이터치’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현 단계인 하이컨셉, 하이터치 시대는 직관적 창의성과 감성적 공감 능력이 뛰어난 우뇌(오른쪽 뇌)형 인재들이 대거 부상하고 있습니다.
‘하이컨셉’은 재능을 잘 살려 기회를 포착하고 예술적, 감성적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능력입니다. 훌륭한 이야기를 창출해내고 얼핏 보기에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를 결합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이터치’는 다른 사람에게서 공감을 이끌어내고 미묘한 인간관계를 잘 다루어 그들과 함께 즐거워하는 능력입니다. 나아가 이런 능력을 통해 목적과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삶 속에서 추구합니다.
이러한 하이컨셉, 하이터치 시대에 핑크가 제시한 미래인재가 갖추어야 할 여섯 가지 조건에는 이전 시대가 요구하지 않은 플러스알파를 한 조건마다 덧붙여 강조합니다. 기능만 아닌 미학적 디자인, 단순한 주장만 아닌 훌륭한 스토리, 집중을 요하는 전문가적 조화(통합), 논리만 아닌 공감력, 진지함만 아닌 유희(유머), 물질의 축적만 아닌 의미가 그것들입니다.
핑크가 말한 하이컨셉, 하이터치 시대에 미래인재가 갖추어야 할 조건들은 현대교회가 심사숙고해야 할 사항이기도 합니다.
미래세대를 복음으로 끌어안는 것, 현대교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초스피드로 변하고 있는 시대 속에서 변하지 않는 복음의 핵심을 우리 시대의 언어로 번역하지 않으면 복음의 생명은 다하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기독교 이천 년 역사는 성경해석의 역사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도 진리의 복음을 1세기 팔레스타인 농경문화의 언어로 풀어내셨습니다. 1세기 예수님의 메시지와 사역 방식은 현재의 하이컨셉, 하이터치 시대에도 전혀 퇴색되지 않고 외려 더욱 공감력 있게 와 닿습니다. 예수님은 연민의 눈으로 세상의 본질을 통찰하시며 거짓에 대해 일갈하십니다. 예수님은 들에 핀 백합화 한 송이에 미치지 못하는 솔로몬 영광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저잣거리에서 요란하게 드리는 바리새인의 기도보다도 골방에서 은밀하게 드리는 죄인의 기도를 기뻐하십니다. 인위적 재단과 외형적 기능보다도 하나님이 손수 만드신 피조물과 정갈한 영혼의 아름다움을 높이 평가하십니다.
형식적 종교 계율에 빠진 당대의 유대인들을 당혹케 한 해학과 풍자적 비유도, 불의한 세상 속 고통하는 이들과 함께 아파하시는 하나님의 비애를 대변하는 예언자적 페이소스도, 하나님 나라에 반역하는 세상 질서에 심판이 임박했음을 선포하는 천상의 엄위한 묵시적 메시지도, 온갖 삿댄 탐심을 추동하는 세속적 가르침을 전복하는 지혜도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과 사역 속에 가득합니다. 이 모두 이 땅 사람들을 하나님 나라 복음으로 초청한 예수님의 하이컨셉, 하이터치 가르침과 사역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예수님 가르침의 대부분은 한여름철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길어 올린 시원한 생수같이 일상 속 지친 영혼을 일깨우는 스토리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그 스토리는 당대의 부패한 현실을 뒤집어 엎는 지혜를 담고 있으며, 무거운 짐 진 자들의 마음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놀라운 파워를 지니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차별과 분리가 아닌 조화와 통합의 영성과 실천으로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며 그것을 연민과 사랑으로 품는 하이컨셉, 하이터치로 그 시대와 만나셨습니다.
십자가에 달리심은 죄와 죽음에 처한 세상과 함께(com) 아파하는(passion) 공감(compassion)의 자기희생적 사랑이 최고조로 구현된 사건입니다. 포스트모던 시대에 예수님의 고난과 죽으심과 부활 스토리가 더는 케케묵은 이야기로 전락하지 않도록 교회가 복음의 본질을 붙잡고 씨름해야 합니다.
미학적 감각, 탁월한 스토리텔링, 뛰어난 공감 능력, 통합적 조화의 지도력, 유희를 아는 멋스럼, 깊은 의미를 추구하는 진지함. 이것들은 미래사회 속 복음의 일꾼들이 갖추어야 할 요건들입니다.
교회가 복음으로 미래사회와 소통하면서 어지러운 세상을 변혁할 수 있도록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사역을 힘차게 펼쳐야겠습니다. 세속적 가치에 우겨 쌈 당하는 교회가 위기를 기회로 역전시키는 바로 그 놀라운 힘은 하이컨셉, 하이터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명 목사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