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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위기의 현실과 신학교육의 미래

이상명 박사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

4차 산업혁명으로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할 곳이 바로 교육 현장입니다. 과학기술혁명은 현재의 전통적 교육 시스템을 빠르게 붕괴시키고 있습니다. 신학교육도 예외가 아닙니다. 오히려 보다 큰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반복음적 사조는 신학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더불어 신학교육의 심각한 위기를 초래합니다. 물론 이런 외적 요인보다는 기독교 공동체가 안고 있는 내적 요인이 더 위험한 주범일 것입니다. 현 신학교육의 커리큘럼은 오백년 전 종교개혁 당시에 디자인 된 기본 골격 그대로 현재에까지 이릅니다. 이후 세상은 깊고 광폭한 변화를 거듭하며 변신하고 있는 데에도 신학교육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있습니다. 현재의 신학교육으로는 다음 세대를 이끌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데에 결국 실패하고 말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교육은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이를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미래 사회에서의 교육은 지식과 정보를 쌓는 것이 아닙니다. 그 많은 지식을 모두 안다는 게 불가능하고 그렇게 알아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식 분야는 점점 세분화되고 지식 반감기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습니다. 구글에 키워드만 치면 온갖 전문 지식까지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는 한 개인이 평생 쌓는 지식의 탑이 한순간에 무너집니다. 미래는 지금까지 우리가 견고하다고 믿어 왔던 많은 지식들이 붕괴되는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에는 전문가들이 쌓아 왔던 지식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학문 간 경계도 사라집니다. 나아가 이러한 변화에 따라 지금의 대학 중 상당수는 문 닫을 것입니다. 남는다 하더라도 기능과 역할은 크게 변할 것입니다. 이런 변화의 과정 속에서 제일 먼저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은 전통의 지식인입니다. 스스로 창의적 지식을 만들어 낼 수 없는 지식 중개상은 제일 먼저 그 지위를 잃게 되고 맙니다.

대학의 연구와 교육 기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산학 협력이란 말이 있었습니다. 대학이 이론적으로 기술을 연구하면 기업이 이를 바탕으로 상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미래 기술, 즉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가상현실 등의 기술은 기업이 대학보다 훨씬 앞서 있습니다. 기업이 대학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충분히 최첨단 기술을 연구하고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듯 대학의 설 자리는 갈수록 줄어들 것입니다.

요즘처럼 지식의 반감기가 빠른 시대엔 대학보다 산업 현장에 있는 사람이 훨씬 많은 지식과 통찰력을 갖습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대학은 여전히 낡은 수업 노트에 적힌 내용만 반복해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시대를 빠르게 파악하고 가르쳐야 하는 분야가 있다면 이는 상아탑의 지식인보다 산업 현장의 직업인이 더욱 잘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교육은 지식과 정보를 쌓는 일이 아닙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기존 정보를 취합해 인과관계를 만들고 다른 분야와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이들만이 인정받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합니다. 전문 지식을 주입하는 교육은 사라지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여러 영역을 가로지르며 연결하는 통섭(統攝)으로 결과물을 창출하는 역량 교육이 필요한 때입니다. 타인과 교감하며 협업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미래 교육의 핵심입니다. 초연결성을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다양한 가치를 조율하고 개성이 다른 사람들을 조화시키는 능력이 필수로 여겨집니다. 협업 능력은 미래 사회의 인재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 가운데 하나입니다. 미래 시대에는 상호 의존과 연결이 심화되기 때문에 팀을 이뤄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교육현장 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지식의 유통을 책임졌던 대학은 큰 위기에 처할 것입니다. 전 세계 224개국 가운데 219위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저출산율도 이런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일반 교육기관보다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 학교와 신학교의 현실은 더 열악합니다. 교회현장에서도 예외가 아닌 고령화로 교회학교는 이미 오래전부터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현재의 신학교육 커리큘럼과 내용으로 교육받은 신학생들이 과연 교회현장과 선교현장에서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자문해 봅니다.

오백년 전 구축되어 그 근간을 유지해 온 전통적 신학교육으로 미래 사회와 교회를 이끌 인재를 과연 양성할 수 있을까요. 무정한 IT와 인공지능으로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바른 신학과 영성으로 세상을 분별하고 변화시키는 통전적 신학교육이 절실하지 않을까요. 사물인터넷으로 더욱 촘촘이 연결되어져 가는 미래 사회 속에서 세상의 변화에 무감각한 신학교는 존재 이유조차 잃게 됩니다.

신학교는 모든 것이 변하고 있는 이 시대를 향해 변함없는 복음의 진리를 어떻게 적절하게 변증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야 합니다. 교회 안에서 성도들이 자주 사용하고 있는 기독교적 용어에 대한 정의조차 제각각인 상황에서 신학교는 하나님 말씀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이치를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신학교육의 실패는 교회와 신앙의 세대잇기를 위기에 빠뜨립니다. 교회와 선교의 미래는 신학교육에 달려있으므로 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과학기술혁명과 진화생물학의 세례를 받은 우리 자녀 세대의 신앙교육을 책임질 목회자들을 제대로 양성하지 못한다면 교회의 미래는 없습니다.

이상명 목사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

[기사출처 :기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