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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사회의 키워드는 연대와 결속

2019년의 종착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저마다의 한 해를 마감하는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한 숨을 돌릴 겨를도 없이 어느새 2020년도 우리 앞으로 성큼 다가설 것이다. 그러나 매년의 시작은 전년도를 반영 할뿐만 아니라 우리가 새로운 변화나 추세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예상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또한 목회자들은 새해에 대한 전망과 그것이 교회와 성도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생각할 때이다. 2020년 한인교계는 어떤 경향을 주목해야할까.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 이상명 박사를 통해 2020년 교계 트랜드를 미리 알아본다. <편집자주>

▲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 이상명 박사

오늘날의 한인교계와 사회를 되짚어 달라

 

20세기의 마지막 시대사조라 할 수 있는 해체주의가 우리 문화 깊숙이 잠식하여 전통적 가치는 물론 공동체성을 와해시키고 있다. 해체주의 특징은 다음 네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형식을 탈피하는 탈구성, 전통적 가치로서의 종합을 거부하는 분리, 통일성과 일체성을 분해하는 불연속, 주변적인 것이나 사소한 것에 관심에 두는 탈중심성이다.

 

과거에 비해 이런 해체주의 사조에 잠식된 듯 전통적 공동체는 처참히 무너지고 있다. 가정 해체와 공교회성 와해, 개교회주의 강화와 교계 연합기구 약화, 세대 간 격차와 양극화 심화, 세계화의 빠른 확산과 지역 전통의 붕괴가 더욱 가속화하는 양상을 띤다. 이런 양태는 우리 한인 교계와 사회와도 무관하지 않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유학생과 이민자들의 감소, 자녀 세대의 교회 이탈과 교회 인구의 급속한 고령화도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진행되고 있다. 공교회성을 유지 보존할 수 없을 정도로 교단의 권위도 무너졌다. 세속적 가치와 저속한 문화를 모니터링하고 필터 역할을 해온 교회는 더 이상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없을 만큼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2020년 교계를 전망한다면

불행히도 다가오는 2020년에도 위에서 말한 해체주의 경향이 더욱 가속화할 것을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그리스도 안’이라는 구심점을 잃은 교회는 급속히 탈복음화하여 교회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없다. ‘그리스도 안’에 있다는 것은 인종적, 문화적, 사회경제적, 혹은 성적 구분과 같은 모든 차별을 상대화시키는 힘이 그 안에 있다는 것을 함의(含意)하고 있다.

격변하는 현시대에 한인교계의 미래를 가늠하기는 여반장이다. 여러 위기와 심각한 도전에 노출된 교계의 미래는 순탄치만은 않다. 이런 위기에 한인 교계가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미래는 사뭇 다르게 전개된다.

모든 것이 급속히 변하고 상대화하는 이 시대에 교회가 이천 년 동안 유지해 왔던 불가변의 신조와 전통을 어떻게 보존하며 변증할 것인가의 문제는 교회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현안이다. 이와 함께 교회를 더욱 옥죄는 것은 진화한 과학기술문명의 역습이라 하겠다. 여기에 더해 앞으로 도래할 미래사회에서 생명 경시, 영성 고갈, 생태계 파괴와 비인간화는 한층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대한 대처 방법은

모든 문화는 예외 없이 복음의 빛에 비추어 저항하고 복음으로 싸워야 할 요소를 가지고 있다. 복음이 저항해야 하는 것은 문화 자체가 아니라 문화 속에서 활개 치는 악한 영의 세력이며, 그 영에 만취된 세상의 권력과 제도다. 그리스도의 코드로 문화를 읽는 것, 이것이 교회가 세속 문화에 물들지 않고 복음의 터전 위에 진정한 교회를 세우고 선교하는 원리다. ‘그리스도 코드’란 예수 그리스도가 가르치시고 몸소 보여주신 삶과 사역 원리다.

공유와 연결에 지능이 부가된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사회의 지배 양식은 수직의 위계적 지배 질서에서 수직-수평의 혼계적 지배 질서로 변화한다. 이것은 기존 공동체 붕괴의 가속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수평구조사회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미래사회에서 교회는 수직적이고 교권주의적 구조를 속히 탈피해야 한다. 나아가 교회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인해 고갈된 우리네 삶에 풍성한 영성을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10년, 교회가 4차 산업혁명과 그 여파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교회의 미래와 운명이 달려있다. 위기는 기회의 다른 이름이다. 이제 한인 교계가 더 늦기 전에 내부 개혁과 함께 여러 현안에 연대와 결속을 통해 새로운 비전과 답변을 준비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 교회는 성경의 공중 읽기, 심층적 읽기, 통전적 읽기 등을 강화하고 일상 속에서 성경을 깊이 있게 묵상하도록 성도들을 훈련시켜야 한다. 이런 교회만이 그 정체성을 유지하며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믿음 체계를 확고히 인지하여 고백하고 전할 수 있도록 성도들을 양육해야 한다. 이것은 선교적 영성 함양과 직결되며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 일이다. 그리스도인으로 진정한 그리스도인 되게 하는 것, 교회로 선교적 교회 되게 하는 것, 현대교회가 해제주의에 맞서 그 정체성을 강화하여 토대를 든든히 세우는 일이다.

교회가 연대와 결속이 가능하려면

우리가 교회 안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들조차 그 정의가 제각각 천차만별이다. 교회 안 용어와 언어의 혼란은 심각하다. 이런 상태로는 교회가 세상과 소통할 수도 전도할 수도 없다. 되레 세속주의의 희생물이 되고 말 것이다. 종교개혁 당시 개신교도들이 로마 가톨릭의 교리와 교권주의에 저항하여 자신의 신앙을 체계적으로 인지하여 전파할 수 있도록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장 칼뱅(Jean Calvin)이 저술한 <기독교 강요(Institutio Christianae Religionis)> 덕분이다. 자신의 신앙과 가치관과 세계관을 스스로 설명할 수 없다면 진정한 성도라 할 수 없겠다.

현재의 악한 상황 속에서도 악의 실체를 믿음의 눈으로 냉철하게 식별하며 하나님이 펼치실 구원의 미래를 성실하게 바라보는 교회, 이러한 교회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결국 세속이 던져주는 여러 위기와 도전에 노출되어 정체성 해체라는 원심력에 끌려 바깥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공의로우신 하나님의 약속을 신뢰하는 믿음의 구심력이 강해져야 된다. 하나님은 때로 불의가 판치는 세상 한복판에서도 부리까지 까만 까마귀들의 텃밭 속에서도 백로로 살아가는 법을 우리가 배우기를 원하신다. 결국 정체성이 분명한 교회만이 하나님의 교회로 지속할 것이다.

녹록찮은 세상을 넉넉하게 이기는 신앙의 뱃심은 그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그 뱃심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이 세상을 주관하시는 하나님과 그 분의 약속을 옹골차게 견지하는 신실함에서 출발해야 한다. 성도와 교회의 정체성을 어떻게 강화하느냐, 2020년을 맞이하는 교회의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기사출처 : 크리스찬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