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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기독일보) 공적신학실천센터 류준영 목사

올해 갑작스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대유행으로 교회의 하드웨어가 멈춰선 이때, 최근 미국에서 벌어진 “BLACK LIVES MATTER” 시위 확산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 우리 기독인들이 이번 이슈에 관해 함께 숙고해 볼 필요를 느낍니다.

먼저, 코로나19로 인해 목회환경의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모이는 예배가 어려워지면서 하드웨어 중심이면서 규모가 있는 중/대형 교회에 큰 타격이 되고 있습니다. 기존 교회가 물질/건물 위주로 고비용 저효율로 운영되었다면, 이제는 디지털을 통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온라인 커뮤니티로 운영하는 등 디지털에 익숙한 다음세대에게 복음을 전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동시에 본질에 충실하고 소프트웨어가 강조되는 교회로의 전환도 생각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코로나19를 통해 교회가 서로 돌아보고 연대하며 회복하는 목회에 초점을 두면서, 각 교회가 위치한 지역사회의 필요에 다가가는 공동선(Common good)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두 번째, 미네소타의 George Floyd 사망 이후 지금 미국에서 전개되는 이슈를 살펴보게 됩니다. Floyd 사망과 장례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또 지난 6월 8일 뉴져지 주에서 과속 운전 단속 중에 28세 흑인 청년 모리스 고든(Morris Gordon)이 백인 경찰이 쏜 총에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더욱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Floyd가 숨지기 2일전에 발생했던 일이라고 합니다. 그러자 시위대는 “경찰 예산을 끊어라”(Defund the Police)라는 새 구호까지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약탈/방화는 처음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번처럼 미 전역에서  동시 다발로 대규모의 다양한 인종과 연령층이 참여하는 시위는 처음인 것으로 압니다. 여지없이 작고 큰 비즈니스, 경찰차, 관공서, 방송국이 불에 타고 약탈당했습니다. 6월 5일까지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한인 비즈니스 150개가 불에 타거나 약탈을 당했다고 합니다. 워싱톤 D. C.에서는 한인교포가 약탈에 가담했다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미국 역사상 초유의 시위/방화/약탈(looting)은 외형적으로는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와 저항처럼 보이지만, 좀 더 깊게 내면을 들여다보면 흑백 이슈와 함께 오랜 세월 지속된 사회/경제적(socio-economic) 부정의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발표되는 최근 통계에 따르면, COVID-19 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그룹이 흑인과 히스패닉이라고 합니다. 바로 이들이 미국 경제의 중하위 직장 일선에서 땀 흘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많은 한인들이 운영하는 작업장에서도 흔하게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번 Floyd 사건이 지속되는 인종차별과 함께 COVID-19으로 인해 더욱 표면으로 드러난 사회/경제적 구조의 모순에 기반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곧, 미국 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차별과 부정의로 인해 확대 재생산 되는 빈곤의 문제가 거대한 저항으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이번 시위가 연령과 인종을 초월해 함께 행동하고 있는 현상을 깊게 성찰해 보아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미국 최고 지도자의 신중하지 못한 언행이 미국인들에게 큰 아픔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날 우리가 미국에 살면서 경험한 고통들을 생각할 때, 지금 미국인들의 고통이 우리의 고통이 되어야 하고, 그들의 소망이 우리의 소망이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깊은 관심을 갖고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가 서로 입 맞출 수 있도록(시 85:10) 기도하는 것은 이 시대의 요구에 신실하게 반응하는 자세일 것입니다.

미국은 “In God We Trust”라는 깃발아래 연방공화국을 건설했지만, 인종 차별과 부정의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비폭력 저항운동으로 어느 정도의 인권이 존중받는 나라로 출범했다고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먼 듯합니다.  

미국의 타들어 가는 아픔을 보며 우리 한인 기독인들은 더욱 성숙한 자세로 오직 복음에 기초한 건강한 신앙과 동시에 인종과 사회/경제적 차별을 거부하며, 불완전 하지만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편만하게 실현될 수 있도록 사회정의에도 신실하게 다가서야 합니다. 참된 기독교 복음은 나만을 위하는 개인적인 구원을 넘어 공동체에 대한 봉사로서의 대사회적 책임을 겸비하여야 합니다. 이같은 공적 영성이 함께 더불어 사는 우리 사회의 무궁한 자원이며, 원동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공적신학실천센터 류준영 목사-

 

[기사출처:기독일보]